천종호 판사, 소년법정 떠난다…"형언하기 어려운 슬픔"

윤선영 / 기사승인 : 2018-02-23 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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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에 대한 국가·사회 인식 개선 시급해"
천종호 판사가 소년법정을 떠난다.[사진=SBS '학교의 눈물' 캡처]

(이슈타임 통신)윤선영 기자='호통 판사', '소년범의 대부'로 알려진 천종호(56·사법연수원 26기)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법정으로 돌아간다.


천 판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가정법원에서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난 데 대한 소회를 남겼다.


천 판사는 "소년재판을 계속하려고 부산가정법원에 잔류하거나 울산가정법원 등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신청했으나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신청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다"며 "이로 인해 올해부터 소년재판을 떠나게 됐고 언제 다시 소년재판으로 복귀할지는 기약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발령을 접하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면서 가슴은 아파오고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며 "8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이들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삶의 기쁨이 한순간에 통째로 사라진 듯한 기분이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또한 천 판사는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고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3주에 한 번 열리는 기일에 100여 명의 아이들을 재판하는 이른바 '컵라면 재판'을 해야 한다"며 "이런 현실이라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천 판사는 "열악한 재판 환경뿐만 아니라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천박하게 취급되며 아무도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국가와 사회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러한 생각에 저는 법관 퇴직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적으로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약속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년보호재판이 법조인 경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제가 소년보호재판을 계속하더라도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는 약속을 이제 지킬 수가 없게 돼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부디 제가 의도적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점만 알아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천 판사는 "당장이라도 자유롭고 싶으나 지난 8년간 소년재판만 해 온 탓에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몇 날 며칠을 괴로움 속에서 보냈다"며 "위기를 잘 이겨낼 지혜와 인내와 용기를 제게 주시라고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천 판사는 지난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았으며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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