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주면 숲 될 씨앗'… 발소리 돌아온 괴산, 골목의 절박한 꿈

프레스뉴스 / 기사승인 : 2026-09-30 09: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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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빨래방부터 골목 상점가·청년협동조합까지 싹 돋아나
▲ 괴산 청안맛거리 골목형상점가 ‘2026년 지역상권 육성사업’ 선정

“3번 손님 들어오세요. 4번 손님도 들어오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렇다 할 중심 상권이 없어 대낮에도 인기척이 드물던 충북 괴산군 소수면. 점심시간을 앞두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추어탕집이 몰려든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옛날에는 점심때가 돼도 고요하기만 했는데, 요새는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오는 손님 발길에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요. 가게 몇 곳이 새로 들어섰을 뿐인데 동네가 시끌벅적 온기가 돕니다.”

소수면의 한 식당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한 손님의 말처럼, 음식 냄새가 번지고 흥겨운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거리의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변화는 소수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녁 무렵 충북 괴산군 감물면. 해가 지면 어둠과 적막이 먼저 내려앉던 골목에 편의점이 들어섰다. 도시에서는 흔한 편의점이지만 야간에 생필품 하나를 사려해도 읍내나 인근 지역까지 가야 했던 감물면 주민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면사무소 옆, 주민 조합이 운영하는 코인빨래방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작은 사랑방이 됐다. 장을 보고 빨래하는 평범한 일상조차 먼 길을 나서야 했던 농촌 주민들에게는 이처럼 소소한 변화가 삶의 반경을 바꾼 전환점이 됐다.

골목을 살리려는 움직임은 괴산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안면 읍내리 일대는 군이 제1호 ‘청안맛거리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면서 흩어져 있던 점포들이 하나의 상권으로 묶였다. 쇠퇴하던 골목이 스스로 일어설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칠성면 상권에는 군의 창업 지원을 받은 청년 사업자들이 힘을 모아 청년 사업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손님을 연결하며 지역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군이 최근 3년간 면 소재지 내 20여 곳에 지원한 청년 창업 지원사업이 ‘희망의 씨앗’을 틔운 것이다.

칠성면의 한 상인은 “청년들이 들어오고 상권의 분위기는 분명 좋아졌지만 인구가 계속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제 막 돋아난 싹이 버틸 힘은 크지 않다”라며 “결국 주민들이 소비할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게 살아난 온기도 오래가기 힘들다”고 지역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농촌 쇠퇴의 본질을 지목한다. 단순히 ‘가게나 시설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소득 불안정과 그로 인한 ‘지역 내 구매력 상실’이 진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괴산군이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기본소득이 소수면의 추어탕집과 감물면의 편의점, 청안면의 골목상점가와 칠성면의 협동조합 매장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될 때, 골목의 점포들도 생업의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가게 하나가 생기면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동네에 머물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거 같아요.” 소수면의 추어탕 가게를 찾은 한 주민의 말처럼 어렵게 불씨를 살린 골목상권의 온기가 ‘지역 순환 경제’의 숲을 이루길 지역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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