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상 변호사 칼럼] 피해자의 진술권과 사법제도

곽정일 / 기사승인 : 2018-05-25 10:13:1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사진=게티이미지)

(이슈타임 통신)곽정일 기자=지난달 발생한 ‘광주 집단폭행’사건에 대하여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국민의 성토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져 27만여 명이 서명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폭행 가담자 7명 중 3명을 구속했으나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2명을 추가로 구속했으나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위 사건 이외에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공권력의 느슨한 대응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 범죄·데이트 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우리 수사당국은 시국사건, 정치적인 사건 등 처리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했고 그러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구성원이 고속승진을 했다. 자연스럽게 일반 시민들이 피해자인 사건들은 일반 사건으로 간주되어 빨리 처리하는데 급급했고 절차상 피해자가 본인의 고통을 호소할 방법은 요원했다. 이러한 상황은 재판절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한다.)의 신청이 있는 때 법원은 그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소법 제294조 2)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칙적으로 형사절차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므로 피해자는 진술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하여는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가 있어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실제 재판 과정에서 관여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

자신이 범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것이 예외인 형사절차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무엇일까? 판결에 대한 불신, 나아가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이다. 실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의 목소리를 법정에서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법리적으로 옳은 판결이라도 그 판결은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 또는 동종 범죄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는 일반 국민 간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같은 사건이라도 언론에 이슈가 되거나 피해자가 공인인 경우 엄격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수사권 조정, 공수처 및 상고법원 설치, 지역법관 부활 등 많은 사법개혁 논의가 있지만 개혁의 시작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영 논리가 아닌 국민이 진정 공감하고 지지하는 변화만이 궁극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여서 법령상 여러 제도가 구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 및 현실적 여건을 핑계로 국민의 참여를 사법절차에서 배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제도를 운용하는 집단의 관점에서 판단한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국민들의 감시, 참여를 배제하는 제도는 결국에는 국민들의 불신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저작권자ⓒ 프레스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