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봉사왕' 할아버지... 77세 박위수 씨

정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3 21: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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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목욕 봉사·급식 봉사

어려운 이웃 11명 매달 5만 원 지원

군수께 "어려운 사람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
▲ 의령군 박위수(77) 씨가 지난 9일 의령군청을 방문해 의령군장학회에 300만 원을 기탁했다.(사진=의령군)

 

[프레스뉴스] 정재훈 기자=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에 사는 박위수(77) 씨가 지난 9일 의령군청을 방문해 올해 대봉감 농사를 짓고, 감말랭이를 만들어 250박스를 팔았다며 의령군장학회에 300만 원을 기탁했다.


박 씨는 봉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군수와 사진까지 찍으며 공개적으로 기부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박 씨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최근 본인이 의령군에 받은 혜택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군으로부터 200만 원 수술비 혜택을 받았다. 또 어르신 이미용·목욕비 지원 정책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의령군의 세심한 노인 복지정책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위수 씨는 고령임에도 봉사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갑 속 꾸깃꾸깃한 종이에는 매월 정기 후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힘든 농사일에도 정기후원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통장 내역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박 씨가 후원하는 사람은 11명, 단체는 2곳이다. 한 달에 나가는 돈만 50만 원이 넘는다.

박 씨의 봉사 인생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조그만 과일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배달 나간 절의 스님이 “배고픈 사람 밥 주고, 목마른 사람 물 주는 게 절 열두 번 하는 것보다 더 공덕을 쌓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박 씨의 목욕 봉사와 급식 봉사가 시작됐다. 특히 목욕 봉사는 20년을 이어갔는데 당시만 하더라고 목욕 봉사하는 남자 봉사자가 없었다.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노인들을 모시고 목욕탕에 가서 만 원을 주고 5명을 목욕시키면 봉사자는 무료로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고향에 귀촌하고도 박 씨의 봉사활동은 그칠 줄 모른다. 3년 전 부인과 사별 후 더욱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박 씨는 “아내가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정말 봉사뿐이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그래도 나아진다”라며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박 씨는 남몰래 조손가정 등 불우이웃 11명에게 매달 5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름 외엔 구체적으로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동이체 기간을 5년 동안 설정해 이들이 커서 대학 등록금이라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과 개인들에게 후원받아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의령군 특색사업인 나눔냉장고에도 매달 4만 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박 씨는 국가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 50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을 모조리 기부한다. 그리고 감농사로 얻은 일부 수입을 보탠다. 그해 목돈이 생기면 크게 내놓는다. 아무리 나갈 돈이 많아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통장의 돈부터 채운다.

박 씨는 “적선을 많이 하면 그것이 나중에 빙 둘러서 다시 나에게 복을 준다”며 “기부 한번 하고 돌아서면 얼마나 뿌듯 한지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오태완 군수를 만난 박 씨는 부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군수에게 “저소득층도 2명 정도 더 후원하고 싶은데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경로식당에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박 씨 할아버지를 만난 의령군 홍보미디어 담당 장명욱 주무관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80세에 무슨 계획이 있겠냐. 이웃과 같이 돕고 살다 가는 거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주무관은 “할아버지, 이렇게까지 정말 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에요?”라는 우문을 던졌다.

죽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가 있냐고? 여보게 청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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