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잡으려면

이호연 논설전문위원 / 기사승인 : 2018-09-17 1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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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슈타임)이호연 논설전문위원=문재인 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종부세 인상을 포함한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정권 출범 후 9번째 내놓은 대책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17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임기 동안 강남 집값은 60%나 뛰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의 판박이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근절과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지만, 집값은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이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길을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 1117조원이 가야할 방향을 일러준 셈이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최근 1년간 7%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232항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122조에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일정 수준의 토지공개념 정신이 반영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테두리 내에서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노태우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부동산 투기 광풍을 해소하기 위해 1989년 말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른 바 토지공개념 3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으로는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할 예정임을 밝힌 것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실은 토지공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 유일 자산인 토지가 특정 소수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어, ‘기본소득용 국토보유세장기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공공택지의 분양수익 환수라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맞장구를 쳤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구체적인 실체를 만들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싱가포르 토지공개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국민들이 주거비 부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전국 가구 수는 1937만 개, 주택 수는 1988만 채이다. 전국적인 주택 보급률은 102.6%인데,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3%. 2016년 전국 기준 자가 보유율은 59.9%인데, 서울은 45.7%에 불과하다.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상위 1%가 평균 6.7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투기세력과 주민 담합이라고 진단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불균형이다. 주택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투기세력이 판을 치고 주민들이 담합을 해봐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0179, ‘지난 50년 간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6700조원에 이르는데, 상위 1%2500조원을 독식하는 등 땅이 불로소득 증가와 불평등, 사회 양극화 심화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우리나라의 국부(國富)14000조원에 육박해, GDP8배에 달한다. 이 중 토지자산은 7439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54%에 달한다. 토지 등을 포함한 비금융자산은 순자산의 7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자산 비중은 미국(34.8%), 일본(43.3%), 영국(57.5%)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성장을 하려면 생산자산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토지 등 비생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강남 아파트 한 채 거래 가격이 100억원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됐다. 웬만한 우량 중소 제조기업 M&A 가격보다 높다. 아파트 거래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섰다는 소문에 팩트체크를 위해 기자들이 팩트체크에 열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망국적 현상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실태를 살펴보자. 노량진 고시원 월세는 40만원이고, 7평짜리 원룸형 다가구 주택 전세가격은 12000만원이다. 취준생이나 공시생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얼마 전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했던 삼양동의 주택 임대가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이다. 폐지 줍는 노인이 새벽부터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파는 가격은 Kg70원이다. 하루 수입이 고작 7000원이라니, 한 달 꼬박 일 해도 월수입은 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금년 더위에 폐지 줍는 노인들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이들에게 최근 몇 달 새 아파트 가격이 몇 억 원이나 올랐다는 뉴스가 어떻게 비춰질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그린벨트를 헐어 청년희망주택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으로 물량이 너무 적어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목동 유수지 등에 임대주택을 건축하려고 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급정책은 추석이후에 내놓겠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 도심 유휴지 활용방안, 재건축 규제완화 또는 용산 기지 활용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물망에 오른 그린벨트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들린다.

 

아파트 가격의 대부분은 땅 값이다. 땅 값 없는 아파트가 적정량 공급될 수만 있다면,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굳이 그린벨트를 헐지 않더라도, 서울에 땅 값 없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은 무수히 널려 있다. 지하철 기지, 하천, 외곽고속도로, 지하철역사, 철도부지 또는 유수지 등의 국유지다. 유수지의 경우, 100년 주기 홍수가 나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고성능 펌프가 설치돼 있어 지상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주차장이나 체육시설로만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땅이다. 지하철 역사도 상가개발을 자제하고 임대주택을 짓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강남권에도 양재천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은 많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 보스톤 외곽도로 위에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독일 아우토반 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하천 위에 아파트를 지은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시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위에 고급 호텔이 자리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음이나 진동도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보자. 강남 양재천 위에 12평 규모의 아파트를 건축한다면 5천만원 정도의 건축비가 소요된다. 입주희망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연리 4% 30년 분할상환 조건의 대출을 받아 건축비를 충당하면 된다. 입주자는 30년간 매월 원리금 분할상환조로 23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신규입주자에게 승계시킨다면 문제가 없다. 30년이 지나면 헐어버리면 그만이다.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시행이 가능한 까닭에, 정부가 결정만 하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까닭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공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맞이한 일본 도쿄의 경우, 2013년 기준 빈집 수는 817000가구로 전체주택의 11%에 달한다. 우리에게도 조만간 닥칠 현실이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그린벨트는 수 십 년간 공들여 보존한 녹지다. 박원순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점에 수긍이 간다. 주거비용이 대폭 낮아진다면, 내수활성화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이다. 촛불 민심을 헤아려, 모처럼 공론화된 토지공개념 화두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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