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5000억원 만기 도래…최소 9000억원 어치 손실구간 진입
(이슈타임)박상진 기자=저유가의 공포가 1조7000억원 규모의 원유 파생상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현재 30달러 언저리를 오가는 국제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어 최악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1조원에 달하는 대량 원금 손실을 보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23일을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등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공·사모 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 잔액은 일부 원금보장형 기타파생결합사채(DLB)를 포함, 총 1조7300억원이다. 원유 DLS는 투자 기간 WTI 등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국제 유가가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 이론상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웬만하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손실이 나면 매우 큰 피해를 보는 것이 특징이다. 3년 전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가 3분의 1 이하인 3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탓에 최근 만기를 맞는 상품 대부분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일례로 2013년 1월7일 73억5000만원 어치가 발행된 ·미래에셋증권 DLS 500·은 지난 6일 만기일에 30억560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의 40%가량이 날아간 것이다. 개별 상품마다 수익과 손실 산정 조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저유가 추세가 오래 지속돼 만기 상환되는 원유 DLS가 평균적으로 50%가량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투자자들이 8000억대의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유 DLS의 손실 현황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일까지 만기 상환된 원유 DLS 가운데 15개에서 모두 370억원의 손실이 났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원금 손실 사태가 ·서막·에 불과하는 점이다. 원금 손실 상황에 처한 DLS가 대폭 늘어난데다 현재 30달러 안팎의 유가 수준에서는 원금의 70% 이상이 날아가는 사태가 잇따르게 된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공모형 원유 DLS(DLB 포함) 889개의 발행 잔액은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1조3804억원 어치에 달한다. 사모형 DLS 전체와 일부 공모형 DLS가 빠져 당국의 집계보다 3000억원가량이 적다. 이 가운데 현 유가를 기준으로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들어간 DLS는 455개, 8971억원어치에 달한다.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을 터치하면 원유 가격이 90%선으로 회복되지 않은 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달에만 해도 32개 원유 DLS의 만기가 곧 도래하게 되는데 원금 보장형 상품 5개를 뺀 나머지 27개 상품은 원금 손실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3년 전 브렌트유가 111달러일 때 설정된 ·대우증권 DLS 1018·은 30달러 초반의 현 유가 수준에서 이달 18일 만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원금의 30%만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비관적 예측대로 국제 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진다면 DLS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80%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마저 있다. 원유 DLS는 틈새 상품의 성격이 짙어 공모형 펀드처럼 가입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단일 금융투자 상품이 단기간에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태다. 따라서 DLS,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 상품을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포장, 판매에 열을 올린 금융투자업계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투자 성과에 따른 리스크를 소비자들에게 넘기고 발행액의 일정 비율을 안정적 이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간 DLS나 ELS 같은 파생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아 왔다. 업계 내부에서조차 첨단 금융공학의 산물인 파생금융 상품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테크 상품·으로 널리 팔리는 관행이 결국 이번 대량 원금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실제로 원유, 금, 은 등 실물 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다양한 기초 자산의 변동성에 베팅하는 DLS는 경제와 금융 구조에 대한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5년에 들어서야 일반인에게 판매가 가능해졌다.
원유 DLS 녹인 본격화[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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