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왕' 박왕열 9년 만에 송환… 청와대 "엄정 단죄"

강보선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5 11: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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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달 초 필리핀에 직접 인도 요청…3주 만에 송환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박씨는 필리핀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매달 300억 원대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스1

[프레스뉴스] 강보선 기자=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국내 마약 시장을 장악하며 이른바 '전세계'로 군림해온 박왕열이 25일 오전 한국으로 전격 송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임시 인도를 요청한 지 약 3주 만에 이뤄진 조치다.


박왕열을 태운 아시아나 OZ708편은 이날 오전 6시 34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야구 모자와 회색 카디건 차림으로 호송팀에 이끌려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왕열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검은 천으로 가려진 수갑을 찬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한 그는 곧바로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압송됐다.

 

박왕열은 과거 국내에서 생참치를 수입해 백화점에 납품하던 촉망받는 기업인이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참치 해체쇼'를 선보이며 대중적 신뢰를 쌓았던 그는 사업 실패와 사기를 겪으며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필리핀으로 건너간 그는 사설 카지노와 불법 도박 사업을 운영하며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의 잔혹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2016년 10월이다. 한국에서 150억 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르고 도피 중이던 남녀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그는, 투자 수익금 배분 요구가 거세지자 이들을 납치했다.

 

필리핀 팜팡가주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박왕열은 피해자들을 결박한 채 총을 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피해자들이 소지했던 100억 원대의 자금은 박왕열의 손에 들어간 뒤 자취를 감췄다.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됐지만, 그곳은 그에게 감옥이 아닌 '마약 사업의 본사'였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에어컨이 완비된 개인실에서 '황제 생활'을 누리며,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해 국내 조직원들에게 실시간 지시를 내리는 등 옥중 경영을 이어왔다.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입을 열면 한국 검찰 여럿 옷 벗는다"며 공권력을 조롱하던 그의 오만함은 결국 정부의 강력한 송환 의지에 꺾였다. 그동안 "현지 사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 속에 9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머물렀던 인도 절차는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번 송환이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대통령이 마닐라 정상회담에서 임시 인도를 직접 요청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며 신속히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인도는 '임시 인도' 방식이다. 양국 협의에 따라 박왕열은 국내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받은 뒤, 절차가 종결되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우게 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박왕열과 연루된 마약 사건들을 병합해 집중 수사하고, 압수한 증거물을 토대로 마약 조직의 실체와 범죄 수익의 행방을 낱낱이 밝혀낼 방침이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에 숨어있는 범죄자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박왕열을 엄정히 단죄하고 국제 공조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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