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진 칼럼] 사실심의 전권을 침해한 대법원 판결

전석진 / 기사승인 : 2025-05-01 19: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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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변호사 전석진= 두 번의 심리로 심리 시간을 고려하면 도저히 파기환송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였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이 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심리 개시 9일 만에 파기환송 판결을 하였다. 그 비밀은 항소심 판결을 분석하여 채증법칙 위반에 의한 법리 오해를 따지지 않고 사실을 재구성하여 판결을 한 것이다.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의 전권이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7848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7869).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실질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을 침해하여 광범위하게 사실 판단을 하였다. 

 

사실심의 전권원칙을 벗어나기 위하여 아주 오래된 대법원 판결들은 채증법칙 위반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사실판단을 억지로 법률위반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있었고, 이는 실질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태라고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채증법칙 위반이라는 말 조차도 사용하지 않은 채 사실심의 전권을 침해하였고, 그저 250조 제1항의 해석이 잘못되었으므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범죄사실이 인정되는지는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고,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경우에만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 판결은 원심이 어느 곳에서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였는지, 어느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였는지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도 법리 오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아래 판례도 나의 이같은 주장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사 원심의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과 증거취사 판단에 그와 달리 볼 여지가 상당한 정도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심의 판단이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것만으로 바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한 원심의 구체적인 논리법칙 위반이나 경험법칙 위반의 점 등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단지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만을 다투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오인의 주장에 불과하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심의 구체적인 논리법칙 위반이나 경험법칙 위반의 점 등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단지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만을 달리한 것으로 위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반대 의견이 지적하다시피 대법원이 최근에 공직선거법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온 경향에도 어긋나는 문제가 많은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전석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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