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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 |
[칼럼] 강미숙=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이재명 후보를 일러 '멘토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며 자신이 야학교사로 일하던 그 시간, 자신보다 4살 아래인 이재명은 밤 9시 넘어서도 일해야 했기에 야학에도 올 수 없었던 사람이라며 애틋해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후보들과는 많이 다르며 상스럽다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청할 줄 알고 자신을 고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시대가 가난했던 탓에 이재명처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소년공이 되어야 했던 이들도 꽤 있지만 분단 이후에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은 평생을 초중고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안에서 산다. 학연과 지연을 지양한다는 것은 가치지향이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동문회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인적 네트워크가 막강한 힘을 갖는다.
하지만 이재명은 한국인들이 다 가지고 있는 바로 그게 없는 사람이다. 국민학교를 졸업하며 성남으로 이주했으니 국민학교 친구들도 많지 않고 기껏해야 그에게는 공장생활을 같이 한 동료들이나 검정고시를 함께 준비했던 몇몇 지인들이 전부다.
그는 아직도 남루했던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과 교분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검정고시로 중앙대를 나왔다지만 그의 대학 네트워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가난한 소년공 출신 대학생, 여러 면에서 그의 대학생활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러니 이재명은 대한민국에서 매우 특이한,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력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멘토가 없는 인생이란 신세진 사람이 없다는 뜻이고 오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꿔말하면 한국인이라면 좋든 싫든 숙명적으로 맞닥뜨리는 학연, 지연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 불안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느끼는 낯선 것에 대한 불안이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은 자신이 해온 성과보다 덜 평가받았고 품위 없는 사람, 상스럽다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고학력, 고학벌자들이 주도하는 한국사회에서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상고출신 노무현이 후보가 된 것 이상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추구해 온 성공의 표본이라 할만한 이낙연씨가 이재명과의 경쟁에서 진 절망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러니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처럼 그의 진가를 알아본 먼저 깨달은 자가 있고 나처럼 나중 깨달은 자가 있지만 아직도 그에게 마음을 내주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친노 친문을 향한 도를 넘은 공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백번 양보해 이재명은 싫지만 비판적 지지를 하겠다거나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로 양분된다. 소용돌이 밖에서 회오리 바람을 지켜보던 사람들과 폭풍 한가운데로 들어가 진로를 예측하던 사람들은 경험치가 다른 만큼 기억하는 정도와 미움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도 당시의 이재명을 기억하며 비난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탓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민주진영은 이재명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 싫지만 검찰주의자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찍겠다는 사람, 싫어서 기권하겠다는 사람, 싫어서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것을 아는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에 취해 문재인을 공격했던 자신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아픈 손가락이라며 사과했다. 자신이 싫어서 안 찍겠다거나 더 나아가 윤석열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재명이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선거만큼 시민들 스스로 발벗고 뛰는 선거는 없었던 것 같다. 존경받는 해방신학자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 흑백논리라 비판받을 수 있는 발언을 마다 않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불보듯 뻔한 사업상의 불이익에도 연일 그를 지지, 옹호하거나 윤석열을 조롱하는 글을 쏟아낸다. 주부들은 카톡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을 모두 소환하여 이재명을 알리는 카드뉴스를 보내고 아쉬울 것 없이 살아온 이들조차 이웃과 부모 형제에게 협박성 회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재명이 뭐라고 돈과 시간을 들여 재외동포 투표에 참여하고 심지어 고국을 찾아 가족들을 설득하고 방문하는 상가마다 소위 밭을 가느라 여념이 없다. 과거에는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촛불연대의 활동을 제외하면 모두가 1인 선대본이 되어 기꺼이 관계의 불편을 감수한다. 처한 조건에 따라 불편해지거나 잃을 수 있는 것이 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많은 것을 걸고 선거운동원을 자처한다. 광우병 소고기를 규탄하는 촛불시민을 보고 초를 산 돈은 어디서 나왔겠느냐 묻는 족속들은 죽었다 깨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나는 이재명에게 가장 큰 공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뛰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들겠다. 그것은 이재명이 뜻한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시민사회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가치를 구현해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노사모라는 조직과 그 외연에 국한된 것이었지만 이재명은 시민들의 자발적으로 조직된 힘이라는 큰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시민들은 저마다 자랑할 무용담이 생기고 내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주인의식을 갖게 될 것이고 저마다 열심히 갈았던 밭은 문전옥답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며 머슴을 자처한 후보들은 많지만 어디까지나 표를 의식한 수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재명은 진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길 자세가 되어있는, 이미 지난 과정에서 그렇게 해온 사람이니 국민들은 이제야 비로소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한국사회이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며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성찰하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깊이 경청하고 유연하게 수정하며 자신을 진화시켜 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재명의 승리가 아니라 박근혜를 끌어내린 시민들의 두번째 승리가 될 것이다.
땅을 팔아서라도 배움을 우선시하고 뒤에서 호박씨를 깔지언정 앞에선 점잖은 체 할만큼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게 한국인이다. 이번에 그를 선택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에서 한발 벗어나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 가는 길을 내게 되는 게 아닐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주체가 리더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되는 게 아닐까.
윤석열은 지나온 날들보다 앞날이 더 걱정되는 사람이고, 이재명은 지나온 날들보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사람이다. 속편이 더 기대되는 영화처럼 말이다. 전에는 불안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대로 바뀌었을 뿐, 확실히 이재명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선사할 것 같은 두근두근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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