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날 다시 불러 CCTV 사각지대서 성추행 저질러
(이슈타임)박혜성 기자=경찰관이 성범죄 피해와 관련해 조사를 받으러 온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6일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정모(37)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 경사는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명분으로 A양 신체 일부분의 사진을 찍고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내가 나온 음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는 것을 막고 영상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수사를 의뢰, 지난달 22일 종암서에 출석해 처음 조사를 받았다.

그때 정 경사는 A양에게 "민감한 내용을 조사해야 하니 사람이 없는 일요일에 다시 오라"고 제의했다.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 A양은 정 경사의 말대로 일요일인 지난달 25일에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사건 당일엔 당직 근무를 하던 정 경사 외에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

A양은 서울시 소속 성폭력피해아동 보호기관에서 나온 상담사와 동행했지만 정 경사는 "성범죄 피해자 조사를 해야 하니 자리를 비워달라"며 상담사를 사무실에서 나가게 하면서까지 A양에게 몹쓸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무실에 설치된 CCTV를 피하기 위해 A양을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 경사의 범행은 A양이 경찰서를 나선 직후 상담사에게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고 털어놓으면서 탄로가 났다.

보호기관은 논의 끝에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그때까지 종암서는 정 경사의 범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 경사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어서 사진을 찍은 것이며, A양의 몸을 만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이런 식의 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성범죄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가했고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경찰관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에서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지휘 감독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태만 여부를 따져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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