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칼럼]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송요훈 / 기사승인 : 2026-03-10 15: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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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차의 꿈>
[칼럼] 언론인 송요훈= 저는 검찰을 믿지 않습니다. 검사가 아니라 검찰을 믿지 못합니다.

기자로 사는 동안에 잠시였지만 검찰은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그때 주마간산으로 관찰한 검찰은 보고와 지시에 익숙한 상명하복의 조직이었습니다. 평검사들은 그냥 사람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요직을 차지한 간부일수록, 권력과 정치에 관심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런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 피고석의 ‘뉴라이트’ 인물이 검사가 일을 화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호통치는 걸 목격했습니다. 위에서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검사는 무덤덤하더군요. 그런 일이 낯설지 않은 듯했습니다. 힘 좀 있고 빽 좀 있는 피고인들은 그랬나 봅니다.

검찰만큼은 아니어도 법원도 믿지 못합니다. 취재가 아닌 일로 법정에 간 적도 있고 공적인 일로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본 적도 있습니다. 이 또한 주마간산의 관찰로 일반화해선 안 되지만 판사가 참 고지식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외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고, 형량 또는 유무죄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판결문을 작성한다는 인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법정에 가보면 별별 사건이 다 있습니다. 저런 게 소송 거리가 되나 싶은 사건들도 많습니다. 장삼이사의 소소한 다툼인데, 내가 이런 재판이나 하려고 죽어라 공부해서 판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사건들도 많습니다.

솔로몬은 우화나 동화 속에서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판사 이진관을 만나기 전까지는.

기자로 사는 동안에 잠시 보도국을 떠나 경영부서에서 MBC 개혁에 몰두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영향이 신문을 넘어 방송의 생존까지 서서히 위협하던 때였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설계도와 작동 원리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백지 상태에서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MBC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혁은 실패했습니다. 그때 배운 게 있습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것을. 혁명은 힘으로 억누를 수 있지만 개혁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만인의 주장을 듣고 수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운함이 분노로 변합니다.

혁명은 군대처럼 일사불란한데, 개혁은 시끄럽고 더디고 피곤하고 효율이 떨어집니다. 민주주의가 본디 그러한데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만 늦어도 우리는 참지 못합니다.

백 가지 문제에 백 가지 해법을 가진 현자는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습니다. 죽을 병을 고쳐주는 특효약도 없습니다.

검찰에도 법원에도 시민의 감시, 시민의 참여를 넓히면 좋겠습니다. 지켜보는 눈이 많으면 아무리 큰 권한이 있더라도 함부로 행사하지 못합니다. 기소든 재판이든 배심원제를 확대 도입하고, 미국처럼 판결문을 즉시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있는 검사, 판사의 징계에도 시민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는 건 무섭고, SNS에는 여기저기 가시가 돋아있어 들여다보는 게 꺼려집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인부들이 때로는 목숨까지 잃어가며 철로를 깔면, 기차는 평범한 시민들을 태우고 걸어서 갈 수 없는 먼 데까지 갑니다. 영화 <기차의 꿈>을 보고 치유의 느낌을 받았는데, 한 번 더 봐야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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